유럽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보드게임 문화가 한국에 제대로 자리 잡은 지 20년이 넘었다. 한국 보드게임 문화는 매년 성장하고 있고,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면서 출시되는 제품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높은 교육열이 보드게임 문화와 만나 다양한 '교육 기능성 보드게임'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설계가 잘못되었거나 문제점이 있는 교육 기능성 보드게임들도 종종 접하게 된다.
'젬블로 컴퍼니'는 보다 재미있고, 학습자에 유익한 교육 기능성 보드게임 개발을 위한 몇 가지 핵심 포인트를 개발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 핵심 요소와 제품에 대한 예시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테마와 게임 방식의 연결
첫 번째는 게임의 테마만 교육으로 설정하고, 실제 게임 플레이가 교육과 관계없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즉, 겉은 교육을 목적으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플레이는 전혀 그렇지 않은 보드게임을 뜻한다.
예를 들자면, 테마는 환경 보호로 해놓고, 게임 방식은 단순하게 환경 보호와 관련 카드를 모으는 보드게임의 형태다. 겉은 '환경 보호'지만, 그 플레이는 단순 '카드 수집'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테마와 게임 방식의 연결성을 전혀 고려하지 교육 기능성 보드게임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 출시되는 많은 교육 기능성 보드게임에서 이런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겉으로는 교육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게임의 방식이나 내용은 '할리갈리'나 '모노폴리' 등 유명한 해외의 게임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많다.
마이 브랜드 (MY BRAND)
'마이 브랜드'는 기존 보드게임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퍼스널 브랜딩 게임'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개발한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격 심리학 모형 'BIG 5'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의 교육 전문가들이 개발에 참여했다.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는 각자가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카드로 연결하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또 연결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플레이어는 본인의 이미지를 게임을 통해 점점 더 구체화할 수 있다.
100장의 감성적인 브랜드 카드를 통해 나와 타인의 브랜드를 확인해보고, 성향을 파악하고, 브랜드 카드의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해보고, 함께 소통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설계된 보드게임이다.
게임이 끝난 후에는 그래프를 통해 자신의 성격 특성을 파악하여 나만의 브랜드 그래프를 가질 수도 있다.
게임의 재미와 시스템의 균형
두 번째는 균형이다. 교육적 내용 혹은 게임의 재미 중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 몇몇 교육 기능성 보드게임은 교육적인 내용이 논문 수준으로 담겨 있다. 교육 분야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 보드게임을 만드는 경우인데, 이때 게임의 재미나 시스템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상태로 출시되기도 한다.
또 어떤 보드게임들은 게임의 재미나 시스템이 상당히 잘 구현되어 있지만, 교육과 연관된 내용이나 전문가들의 참여가 없이 개발되기도 한다. 게임 개발자들이 단순 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만으로 엉성하게 교육 내용을 담아, 교육 전문가들에게 비판 받기도 한다.
그렇기에 교육 기능성 보드게임을 개발할 때는 해당 분야의 최고 교육 전문가들을 찾아 검수 받거나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해야 한다.
플립 (FL!P)
'플립(FL!P)은 'TLP 교육디자인 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젬블로 컴퍼니'의 편집 과정을 거친 커뮤니케이션 보드게임이다. 교류 분석 이론 전문가들과 보드게임 개발자가 협업하여 개발에 참여했다.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단점을 카드 속에서 찾아 설명하며, 그 사람의 진짜 단점들이 무엇인지 찾는다. 각자의 단점 카드를 봉투에 담아서 뒤섞은 뒤에 봉투를 한 개씩 열어 카드를 뒤집으면, 단점이 적혀 있던 카드들이 해당 단점과 연결된 내용의 장점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그 장점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추리하게 된다.
단점을 찾고 장점을 연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각자가 생각하던 자신의 단점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한다. 그리고 카드를 뒤집어 자신이 생각했던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한다.
스스로 뽑았던 단점이 장점으로 바꿔 생각할 수 있다는 인사이트와 함께 나의 성격 유형은 어느 쪽에 가까운지 덤으로 알아볼 수 있는 보드게임이다.
교육 대상자에 맞춘 난이도
마지막으로 플레이어를 고려하지 않은 난이도, 게임 규칙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역사 교육 콘텐츠를 보드게임으로 개발했는데, 보드게임의 난이도는 일반적인 초등학생들이 감당할 수 없는 난이도인 경우가 있다.
반대로 성인을 대상으로 경영 시뮬레이션 보드게임을 개발하면서, 비교적 낮은 난이도의 파티게임이나 패밀리 게임의 형태로 개발하는 사례도 있다.
보드게임은 인류가 개발한 최초의 게임 형태인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하지만 요즘의 PC 게임, 모바일 게임 등과 비교했을 때 플레이가 불편하다. 그렇기에 개발자가 조금만 게임 시스템과 구성물에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플레이 난이도는 급격하게 상승한다. 그러므로 교육적인 내용을 담고자 할 때는 주된 교육 대상자, 플레이어를 고려하여 게임의 난이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렇게 보드게임의 개발과정에서 중요한 핵심 요인과 2가지 실제 개발 사례를 살펴봤다. 사람들이 모여서 재미있게 게임을 즐겼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서로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고, 서로가 어떤 장점이나 단점을 가졌는지, 단점은 어떻게 보완이 되고 어떻게 장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플립'의 효과처럼 교육 기능성 보드게임은 재미와 교육적 효과를 같이 얻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잘 만들어진 교육 기능성 보드게임을 접해보면, 사람들에게 유익한 지식과 함께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매체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교육 기능성 보드게임은 때로 직접 체험하면서 즐기고, 느낄 수 있으며 아날로그 감성과 함께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함께 모여 직접 뭔가를 시도해보고,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영감을 얻고 배운다는 점에서 봤을 때, 교육 기능성 보드게임들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전망할 수 있다.
오준원 대표는 2002년 보드게임 '젬블로'를 개발하고, 2004년 동명의 보드게임 회사 '젬블로 컴퍼니'를 창업했습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80여 종의 보드게임을 디자인하고 개발했습니다.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Korea Association of Boardgame Industry) 협회장, 김포대학교(KIMPO UNIVERSITY)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REA CREATIVE CONTENT AGENCY) ‘청년 보드게임 개발자’ 양성 프로젝트, 게임인재원(Game institute) 게임기획팀 개발교육, 국민권익위원회(Anti-Corruption & Civil Rights Commission) ‘밀레니얼 리더십’ 게이미피케이션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포럼 등 다양한 외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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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의 게이미피케이션 매체 'Ludogogy'에 영문으로 송출되었습니다.
원문: https://ludogogy.co.uk/key-factors-of-educational-board-game-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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