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도 없던 어릴 적, 오락실 한쪽에 자리하고 앉아 사막과 해변을 달렸던 추억이 있다. 명작 고전 레이싱 게임이라 불린 '아웃런'이다. 3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내가 이 게임을 기억하는 이유는 '아웃런'이 단순히 경쟁만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나에게 즐거움을 줬던 추억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유럽의 각 도시를 스포츠카로 달렸던 경험은 아직도 추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아웃런'의 추억을 떠올린 이유는 인구감소와 경기침체로 활력을 잃어가는 중소도시가 '아웃런'과 같은 게임으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중소도시는 관광객이 원하는 목적지가 아니다
도시가 활력을 잃으며, 관광객이 원하는 목적지로 포지셔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소도시가 가진 다양한 자산을 관광객의 목적에 맞는 콘텐츠로 만들고 홍보하지 못한 결과다.
그동안 도시는 하드웨어적 측면을 통한 개발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인프라 확충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식에 의존했다. 그러다 보니 해당 도시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매력과 콘텐츠를 차별화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도로를 넓히고, 건물을 정비하고, 공원을 꾸미는 것에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자했지만, 중소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은 크게 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적 측면으로는 스탬프 찍기나 인증샷 같은 보편적인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여기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런 프로그램은 다른 어떤 도시에서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내세우는 콘텐츠는 대부분 비슷한 콘텐츠였다. 당연히 관광객들은 중소도시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볼 것이 많고 경험할 콘텐츠도 다양한 대도시를 선택했다.
도시의 슬로건이나 랜드마크 등을 내세운다고 해서 도시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식 수준이다. 도시가 어떤 명성을 갖느냐에 따라, 방문자들은 그 '인식'에 대한 기대만으로도 도시를 찾는다. 단순히 가꾸고, 보여주고는 것은 어떤 도시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도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도시만의 매력은 어떤 것인지 같은 가치 인식에 따라 관광객이 받아들이는 인식은 달라진다.
게이미피케이션과 도시브랜딩 융합
중소도시가 다시 활력을 찾고, 관광객에게 추억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그중에서 게이미피케이션과 도시브랜딩 융합(collaboration)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미 많은 중소도시가 디지털 게임에서 활용되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가상현실(Virtual Reality)'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그리고 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술을 도시브랜딩에 융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특수한 환경적 요인을 겪으면서, 많은 활동이 디지털 기반의 온라인 환경으로 이동했다.
도시브랜딩은 관광객들이 직접 도시를 방문하지 않아도 다양한 콘텐츠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도시의 자산과 기술력을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관점에서 벗어나, 더 다양하고 자유로운 콘텐츠를 활용해 반전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보물을 찾으면서 도시를 탐험하는 게임 '왓슨 어드벤쳐(Watson Adventures)', 영상을 통해 도시를 여행하는 '트래블 어쓰(travel earth)' 등의 ‘게이미피케이션’이 이미 도시브랜딩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떠한 형태의 즐거움을 제공하는지, 콘텐츠를 제공하는 도시에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역할로 이어지는지를 살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도시가 관광객들에게 제공하려는 경험적 가치는 무엇이고, 그 가치를 ‘게이미피케이션’에 잘 녹여 넣은 콘텐츠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사용자의 관심과 즐거움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다.
온라인, 콘텐츠, 경험적 가치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도시 브랜딩에는 3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번째는 디지털 온라인 환경에 적응해야한다. SNS의 발달과 매체의 다양화, 그리고 팬데믹 이후 비대면 시대를 거치며 일상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 생태계를 구축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활동은 오프라인보다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이 덜하고, 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다.
일상의 많은 영역이 온라인으로 변화했지만, 여전히 도시와 관련된 콘텐츠는 오프라인에 머물고 있다. 방문자를 '현장'으로 유치하기 위한 프로그램만 운영할 뿐이다. 디지털 온라인 환경을 활용한다는 것은 얼마나 잘 '재현'해 내느냐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두 번째는 도시는 그 도시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 이 과정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차별화시킬 수 있다. 단순히 공간을 재현하거나, 감상하는 온라인 활동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참여하고, 이러한 활동이 실제 도시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경험적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단순히 '감상형' 콘텐츠는 한계에 도달했다. 사용자가 경험을 통해 지난 경험을 추억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온라인 환경과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디바이스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제는 '어떠한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만큼 '사용자들이 어떤 식으로 느낄 수 있게 할 것인가?' 를 찾는 방법 역시 중요해졌다.
코로나19 펜데믹을 겪으며, 환경이 빠르게 바뀌었다. 환경변화와 함께 시장도 바뀌었고 도시를 찾는 관광객의 태도도 역시 변화했다. 이러한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의 하나로 ‘게이미피케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어릴 적, 오락실 한쪽에서 동그란 핸들을 잡고 해변과 사막을 달렸던 것은 기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그때의 게임에서 도시들 보며 달렸던 기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게임이 아니라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솔루션 도구로 본다면 위기의 중소규모 도시에 반전의 기회가 올 것이다.
설창식 대표는 2002년부터 2008년 소너스브랜드어소시에츠 기획팀에서 일했습니다. 이후 2009년에는 주 바이오엠넷의 기획팀장, 그리고 2014년부터 지금까지 쌈컴퍼니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쌈컴퍼니는 중소도시의 성장전략을 위한 마케팅, 경영전략을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 각 도시의 '도시평판지수'를 통해, 지역에 대한 인식과 경험,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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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의 게이미피케이션 매체 'Ludogogy'에 영문으로 송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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