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기 위한 수단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일은 모든 사람의 바람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P2E(Play to Earn)가 그 예시다.

사진 출처: 미르4 공식 홈페이지 (https://mir4.co.kr/)

 

현재 P2E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게임사가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위메이드에서 만든 '미르4'가 대표적이다. 게임 내 재화인 '흑철'을 '드레이코 토큰'으로 바꿀 수 있고, 이를 다시 위메이드측의 암호화폐인 '위믹스'로 환전할 수 있다.

얼핏 양산형 모바일 게임 같아 보이는 미르4는 이 '환금성'으로 화제를 몰았다. 자연스럽게 제작사인 위메이드의 주식 역시 급상승하게 됐다. 어느 정도의 사전작업 즉, 기초투자가 되기만 한다면 투자했던 금액을 다시 회수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크립토키티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고양이들. 각각 가격이 매겨져 있다.
크립토키티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고양이들. 각각 가격이 매겨져 있다.

사진 출처 : 크립토키티 홈페이지 (https://www.cryptokitties.co/?startMeow=visible)

 

아예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해외의 대표적인 P2E게임 '크립토키티'가 그렇다. 크립토키티는 가상화폐 중 하나인 이더리움으로 가상의 고양이 캐릭터를 거래하는 것이 게임의 주목적이다.

실제로 캐릭터 하나가 1억 원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된 경우가 있을 정도로 거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크립토키티의 경우, 고양이 캐릭터 자체가 하나의 NFT인 셈이다.

게이머는 '보상'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내적 보상이든 외적 보상이든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게이머들은 게임을 그저 '할 뿐'이다. '좋고, 재밌고, 즐거워서'한다.

게임은 '그냥 하는거'다.
게임은 '그냥 하는거'다.

사진 출처: 사진 출처 : 원사운드 (http://oooz.net/)

 

하지만 P2E게임은 가장 강력한 외적 보상인 '현금'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게임의 '게임성', '재미', '완성도'같은 부분보다 '현금화'에 더 치중하는 것이다. 결국, 게이머는 이러한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게임을 '일'이나 '노동'처럼 느끼게 되는 순간 게임은 더 이상 게임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다. 게임을 설치하는 데에 큰 수고로움이 들지 않듯이, 삭제 역시 클릭 한 번으로 해결되곤 한다.

대다수 플레이어가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을 한다면 어떨까. 게임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게임사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는 어디까지나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과금한 금액'에서 창출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에 얻을 수 있는 암호화페가 게임에 다시 투자되지 않고 암호화폐 거래소로 직행한다면, 게임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한다. 암호화폐의 가격 역시 하락한다.

미르4를 제작한 위메이드의 암호화폐 '위믹스'의 횡보.
미르4를 제작한 위메이드의 암호화폐 '위믹스'의 횡보.

사진 출처: 빗썸 (https://www.bithumb.com/)

게다가, 암호화폐를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암호화폐의 가치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수익 자체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의 P2E게임 '엑시 인피니티'에서 통용되던 암호화폐 중 하나인 SLP의 경우, 공급이 너무 많아져 가치가 1/10로 폭락한 적 있다. 위메이드 역시 자사의 암호화폐 위믹스를 단기간에 대량 매도함으로써 시세를 폭락시키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바다이야기'사건 이후 게임 재화의 현금화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심의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게임 플레이는 가능하고, 환전 기능만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 플레이어는 VPN을 통해 우회접속해서 환전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심의하는 게임 '이용등급'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심의하는 게임 '이용등급'

사진 출처: 게임물관리위원회 (https://www.grac.or.kr/)

 

게임을 즐기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긍정적인 캐치프레이즈로 작용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여전히 여러 규제와 싸우는 중이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여러 불안정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제 어떻게 게임이나 암호화폐가 무너질지 모르는 것이다.

'재밌는'게임을 즐기면서 돈까지 벌 수 있는 일은 쉽지 않다. 재밌는 게임은 굳이 게임에 P2E를 적용시키지 않아도 된다. 유저는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며 늘어나고, 게임은 알아서 굴러가기 마련이다. 적절한 내적, 외적 보상이 재미와 함께 어우러진다면 말이다.

결국 P2E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환금성'보다도 '게임성'과 '안전성'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결국 게이머들은 재밌는 게임에 몰려들게 되고, 그런 게임에 돈을 쓰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재밌으면 된거다.
재밌으면 된거다.

사진 출처: 언스플래쉬 (https://unsplash.com/)

 

그들은 투자가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때만 납득한다. 게임 내의 캐릭터를 포함한 '스펙'의 가치가 쉽사리 변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만족할만한 내적 보상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게임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실패한다. 애초에 두 마리를 모두 잡을 시도조차 하지 않기도 한다. '돈'으로 유저를 낚을 수 있다면 성공이라는 식이다. 그 이후는 중요하지 않다.

과연 재미없는 게임을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재미는 없지만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라는 문장은, '재미는 없지만'과 '게임'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사라져야 말이 된다. 즉, P2E게임은 돈을 벌 수 있는 '무엇'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혹자는 P2E게임을 '채굴'에 비유한다. 영혼없이 오로지 돈을 위해서 플레이하는 게 코인을 채굴하는 것과 어떤 것이 다르냐는 것이다. 슬프게도 그런 주장에 제대로 반박할 근거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더군다나 진짜 채굴처럼 현금을 유의미하게 얻는 것도 쉽지 않다. 게임도 아니고 채굴도 아니라면 과연 우리는 이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