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미피케이션'은 교육용이 딱이야

관계부처 합동 '셧다운제 폐지' 관련 보도자료가 발표된 후 제법 시간이 지났다. 태극마크가 박힌 보도자료에서는 드물게 '게이미피케이션'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놀랍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게이미피케이션'이란 단어만 포함되어 있을 뿐, 이를 바라보고 접근하는 관점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특히 '게이미피케이션'은 아직도 '교육적인' 활용 방법에만 머물고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게임을 접목해서 뭔가를 하겠다'라는 말은 '중독의 길을 열겠다.' 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니 그들 나름대로 최대한 양보한 것이 '게이미피케이션을 교육적으로 활용하겠다'라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우리 청소년들의 일탈과 탈선을 부추기는 나쁜 것 중에서 '게임'은 늘 상위티어에 있다. 부모님들은 '우리 애는 착한데, 나쁜 것들이 공부를 방해한다'고 말한다.  이때의 '나쁜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맨날 컴퓨터만 하니까 그렇지'다. 그 중심에 '게임'이 있다.


요즘 애들, 눈이 얼마나 높은데!

'게이미피케이션'을 교육적인 용도, '주입식 방법'의 하나로 활용하려는 접근법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학생들에게 학업의 동기를 부여하고, 수업의 접근을 유연하게 하려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고,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의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소년들이 "게임을 활용한 교육"에 어떻게 반응할 것 인지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10대는 청소년들은 '젠리'와 '틱톡'으로 소통하고, '핀테크 앱'을 통해 저축을 한다. 어른들이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기 이전부터 '로블록스' '제페토' '마인크래프트'를 실제로 만지고 노는 세대들이다. 이미 일상에서 수많은 형태의 '게이미피케이션'을 접하고 있다.

요즘 청소년들은 '젠리'와 '틱톡'으로 소통하고, 핀테크 앱으로 저축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젠리'와 '틱톡'으로 소통하고, 핀테크 앱으로 저축한다
어른들이 '메타버스'라고 부르는 그 개념을 이미 만지고 있는 세대다
어른들이 '메타버스'라고 부르는 그 개념을 이미 만지고 있는 세대다

이런 학생들에게 "게임을 활용한 교육"의 방향이 제대로 제시될 수 있을까? 현재 정부에서 언급하는 '교육의 게이미피케이션'은 사실, 과거의 '기능성 게임'이나 '시리어스 게임'에 가깝다. "교육용 게임 개발 지원확대"라는 언급 역시 '더 좋은 기능성 게임을 만들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을 대하는 정부의 입장이 이렇다면,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지금 준비하는 '기능성 게임'의 개발 내용(기술, 콘텐츠)은 10대 청소년들의 수준과 눈높이를 따라갈 수 있을까?


정부 부처의 '다크나이트'와 '브라더후드'

아직 현실적으로는 시간이 더 필요한 내용도 보인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를 언급한 부분이 그렇다. 국내에는 아직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다.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한 임상시험, 허가와 인증, 품질 및 사후관리. 이에 따르는 심사 규정, 전담조직, 관련 법률, 관리 감독을 담당하는 기관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그래도 '게이미피케이션'과 함께 '디지털 치료제'가 언급되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일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게이미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에서 이에 대한 개발과 관리 의지를 내비쳤다는 것은 분명 어딘가에서 보이지 않는 '다크나이트'와 '브라더후드'들이 조용히 활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을 뿐이지, 사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정부 부처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그 방법이 기존의 틀을 깨부수는 완전 새로운 형태까지는 아니다. '다크나이트'와 '브라더후드'도 어디까지나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도 

'환경부' 에서는 'XR' 기술을 화학물질안전의 교육 및 소방훈련을 진행하고 있고,
'국도국토부'에서는 '시티즈 스카이라인' 을 활용해 공모전을 열었으며,
'관세청'에서는 직원들의 실무교육에 보드게임을 활용한

'게이미피케이션'의 씨앗은 자라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활용한 공모전
국토교통부의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활용한 공모전
국토정보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에서도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활용해 비슷한 공모전을 진행했다
국토정보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에서도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활용해 비슷한 공모전을 진행했다
공모전에 활용된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게임 화면
공모전에 활용된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게임 화면
관세청에서는 직원들의 실무교육에 보드게임 '갑론을박'을 활용한다
관세청에서는 직원들의 실무교육에 보드게임 '갑론을박'을 활용한다
'XR'기술을 활용한 화학, 소방 훈련
'XR'기술을 활용한 화학, 소방 훈련

'정부 부처'나 '공무원' 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있다. '자리' '업적' '실적' '그걸 왜 해야 되는데' 같은 뭔가 꽉 막혀있을 것 같은 느낌. 이런 상황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겠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는 것, 그리고 결과까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어쨌든, "주먹구구식 행정의 표본"을 일삼는 집단에서도 '게이미피케이션'의 효과를 눈여겨보는 분들이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것 공직사회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의 사례가 나온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이렇다 할만한 성과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직도 '교육'이라는 틀에 가둬놓고 소극적인 접근 방법만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제시하는 내용부터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개발을 신규 추진하겠다' '지원을 확대하고 강화하겠다 보다는, 정부 부처에서 '게이미피케이션' 을 어떻게 활용해왔는지를 확인하고, 지금까지의 사례를 모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근본, 기틀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게이미피케이션' 이전에 이미 10년 전 '기능성 게임' '시리어스 게임'의 사례가 있다.

세계적인 추세에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의 '게이미피케이션'은 늦은 출발을 한 상황이다. 그만큼 따라가야 할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서는 추상적인 내용이나 '따라가겠다'의 입장보다는, 당장 '게이미피케이션'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어디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게이미케이션'인식을 제대로 파악하고, 다양한 부처,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음 태극마크가 찍힌 보도자료에서는 지금보다는 더 다양하고 구체적인 '게이미피케이션' 내용이 담겨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