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의 확장

그동안 많은 게임사가 PC와 콘솔 플랫폼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모바일 게임 영역의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누구나 모바일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만큼, 게임 개발사들은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된 게임을 새롭게 제작 및 서비스 중이다.

모바일 게임은 PC와 콘솔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모바일 게임은 기존의 방식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플레이 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게임사들도 이에 맞춰 기존의 PC나 콘솔의 게임을 단순히 모바일 플랫폼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게임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한다.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탄생한 독특한 장르 중의 하나는 바로 ‘CCG (Collectible Card Game)’이다. 카드형태의 캐릭터를 모으고, 자신만의 덱(Deck)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런 형태의 ‘수집형 RPG(Collectable RPG)’는 게임 플레이의 방식뿐만 아니라 게임을 이루는 퀘스트, 보상, 동기부여 등의 게임 메커니즘이 다른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의 중심. 캐릭터

'세븐나이츠 2'의 전투

본인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세븐나이츠 2’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게임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가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있고, 각각의 캐릭터를 얻는 과정 자체가 플레이에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게임의 핵심이 ‘캐릭터’인 만큼 각각의 캐릭터마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개성을 표현하고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평면적인  캐릭터, 단조로운 인물관계에서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확장한다. 이제는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착하고 선할 필요가 없고, 악당이어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담은 캐릭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반적인 ‘MMORPG’에서의 퀘스트는 특정 NPC (Non-Player Character)에게 퀘스트를 수락받고, 특정 지역으로 이동해 목적을 달성하고, 다시 돌아와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는 메인, 서브, 돌발 등 다양한 종류의 퀘스트가 발생한다. 하지만 ‘세븐나이츠 2’에서의 퀘스트는 오직 ‘메인 퀘스트’ 하나뿐이다. 그러다 보니 겉으로는 ‘CCG(Collectible Card Game)’ 장르처럼 보이지만, ‘MMORPG’에 더 가깝다. 게이머는 일반적인 MMORPG처럼 다양한 퀘스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세븐나이츠 2'는 선형구조의 시나리오 게임이다. 다양한 형태의 퀘스트 수락을 위해 여러 NPC(Non-Player Character)를 직접 찾지 않아도 된다. 오직 '자동진행(Auto Play)' 버튼만 터치하면, 캐릭터는 스스로 퀘스트를 수락하고 수행하며 보상도 받는다. 이는 게이머가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퀘스트를 플레이하는 것 대신, ‘자동진행’ 하나로 게임을 쉽게 진행하고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세븐나이츠 2' 역시 다양한 퀘스트를 도입하는 형태로 개발하려 했지만, 게이머의 몰입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게이머가 메인 시나리오의 흐름에 빠져서 진행하는 도중에, 갑자기 다른 형태의 서브 퀘스트나 돌발 퀘스트의 등장으로 불편함을 겪는 일이 최대한 없도록 했다.


수집형 RPG에서의 보상

모바일 게임에서의 보상은 '아이템'이나 '재화' 같은 단순한 물질적인 보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게이머는 게임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적인 보상'과 '심리적인 보상' 두 가지를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이머가 어떤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때, NPC가 보상을 주지 않거나 가치가 크지 않은 보상을 주는 경우가 있다. 적은 보상 대신, 게이머는 자신의 플레이를 통해 게임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를 구해주는 식이다.

결국, 직접적인 퀘스트로 제시하지 않거나, 사소해 보이는 것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관심이나 칭찬을 받을 수 있는 형태의 ‘심리적인 보상’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모바일 RPG에서의 이런 사소한 변화는 받아들이는 게이머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다를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식으로든 모바일 수집형 RPG에서는 포괄적인 의미의 보상이 있는 것이다.

게이머는 자신의 전투력 랭킹을 확인할 수 있지만, 게임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게이머는 ‘자기 만족’이라는 심리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먼저 경험해 보세요

'세븐나이츠 2'에서는 게이머에게 좀 더 깊은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등장하는 영웅들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 만큼, 그 이야기에 접근하고 수집할 수 있는 메인 퀘스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직 수집하지 못한 캐릭터를 미리 경험해보는 '맛보기' 형태의 콘텐츠 ‘영웅의 기억’은 일반 MMORPG에서 서브 퀘스트로 활용할 만한 내용들을 담았다. ‘영웅의 기억’은 메인 시나리오에서 다루지 않은 영웅들의 개인 이야기들을 담아낸 콘텐츠다. 게이머는 자신의 덱(Deck)에 특정 영웅을 아직 수집하지 못했더라도, 아무 제약 없이 무료로 미리 사용해볼 수 있다.

특정 영웅의 시나리오를 고르면 해당 영웅이 반드시 덱에 고정된다
각각의 스팟이 특정 영웅의 개별 시나리오

'무작위성'을 통해 얻는 즐거움

모바일 플랫폼에서 새롭게 등장한 ‘수집형’의 개념은 게이머들이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즐거움을 찾도록 만든다. 쉽게 캐릭터를 얻을 수 없는 ‘희소성’과 캐릭터를 얻는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 모바일 수집형 RPG의 핵심 동기부여인 셈이다.

기존 PC, 콘솔 플랫폼의 게임은 게이머에게 똑같은 방식의 스토리, 똑같은 캐릭터 관계가 적용됐지만, 수집형 RPG에서는 게이머가 어떤 캐릭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영역에 차이가 있다. 퀘스트를 통해 스킬을 얻고, 성장하는 과정이 각각의 캐릭터에 압축되어 있다. 게이머는 캐릭터 하나를 얻음으로써, 이런 과정과 노력을 한꺼번에 경험하는 것이다.

게이머는 당연히 더 많은 캐릭터, 그리고 희귀한 캐릭터를 획득하길 원하고, 그 과정의 중심에 있는 무작위 뽑기(gamble)에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것을 하나의 놀이이자 즐거움으로 받아들인다. 즉, 희소성 그리고 그 희소성을 획득할 수 있는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원초적인 방식이 하나의 동기부여로 적용된다.

각각의 캐릭터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이해를 돕기 위한 풀보이스 및 컷신이 준비되어 있다.
각각의 캐릭터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이해를 돕기 위한 풀보이스 및 컷신이 준비되어 있다.

게이머의 참여 형태 ‘Black hat’과 ‘White hat’

게이머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은 유 카이 초우의 '옥탈리시스 모델'에서의 'Black Hat'과 'White Hat'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동기부여 요인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게이머들의 동기부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수집형 RPG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White Hat' 동기부여 요인은 게이머에게 권한을 부여하여 참여를 유도한다. 기존의 PC나 콘솔 게임의 방식이다. 게이머는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하고, 기술을 숙달하고, 자신만의 덱을 만드는 창의성 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게임에 직접 참여한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게임 '엘든링' 처럼 도전 의식, 근성, 소명 같은 것을 자극한다. 게이머가 스스로를 영웅이라 느끼고, 앞으로 닥칠 거대한 역경과 도전을 헤쳐 나가기 위해 참여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세븐나이츠 2' 역시 정형화된 퀘스트 라인에서 벗어나, 스테이지마다 캐릭터의 구성을 달리하거나 덱을 세팅하는 시간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 그리고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에 입장할 수 있는 입장 티켓과 아이템을 구해야 한다. 보통 게임이나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설계를 할 때, 다양한 퀘스트를 넣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기 쉽다. 하지만 나는 실제로 메인 퀘스트에 담긴 시나리오에 집중했고, 게이머들이 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메인 퀘스트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은 다른 콘텐츠로 보완했다. 앞서 언급한 '영웅의 기억'이나 반복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방치형 필드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서 또다른 형태의 'White Hat'적인 동기부여를 이끌어냈다 할 수 있다.

'Black Hat' 동기부여는 사용자의 심리나 행동을 일정 방식으로 유도하고 조작하는 형태로 참여를 유도한다.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형태의 동기부여다 보니, 게이머가 이를 인식해서 통제하기 어렵고, 그 지속성도 짧다. 예를 들자면, 게이머가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수집하기 위해 재화를 모으거나 충전하고, Gamble 이라는 불확실성을 겪는 과정이다. 그러나 반드시 부정적인 기술이나 결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이 짧은 과정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실패, 실망, 손해의 감정이지만, 모바일 RPG를 즐기는 게이머는 오히려 이런 예측 불가능성과 희소성을 즐긴다. 게임의 스토리를 수집하고, 자신의 덱(Deck)에 추가할 캐릭터를 얻기 위한 ‘필수 과정’ 중의 하나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White Hat’의 동기부여는 장기적으로는 효과적이지만, 플레이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모바일게임에서는 ‘귀찮음’이나 ‘지루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모바일 게임은 ‘Black Hat’ 같은 강한 자극이나 긴박함, 운의 요소를 적절히 활용한다. 새로운 캐릭터가 출시될 것이라는 기대감, 기간 한정의 제한, 특정 캐릭터만 보유한 시너지효과 그리고 사용해볼 수는 있지만 소유할 수 없는 희소성 같은 것이다. 이는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길지 않고, 주기 혹은 분기마다 새로운 캐릭터와 이벤트를 준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모바일 게임은 더 복잡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게이머들의 참여를 유발할 것이다. 게이머들이 몰입하는 방식이나 즐거움을 느끼는 콘텐츠는 ‘물질적’ ‘심리적’ 요인과 같이 다양하게 변화할 것이고, 게임사들 역시 이런 변화에 맞춰 더 복잡한 형태의 동기부여와 몰입의 요소를 찾아낼 것이다.


조순구

조순구 이사는 2008년 '한빛소프트'에 게임기획자로 입사해, TPS게임 '워크라이'를 개발했습니다.

2011년에는 '엔씨소프트'의 MMORPG '리니지'의 라이브서비스를 진행했으며, '리니지 M'의 기획 팀장을 역임했습니다.

2017년에는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PD를 거쳐, 현재 넷마블의 이사로 재직중입니다.

 

※ 위에 실린 글은 게임화저널의 의견 및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영국의 게이미피케이션 매체 'Ludogogy'에 영문으로 송출되었습니다.

https://ludogogy.co.uk/storytelling-and-motivation-in-mobile-games/
 

<저작권자 ⓒ Ludogogy (https://www.ludogog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게임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