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에서 퀘스트 시스템의 입지
게임은 여러 시스템을 조립하여 동작 기능을 구현하고, 여기에 밸런스를 적용한 콘텐츠의 집합체다. 그러다 보니 완성된 게임이 다소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창의성을 발휘하여 새로움을 추구할수록 '게임 플레이의 어려움'은 높아진다. 이에 개발자의 의도대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가이드(Guide)'나 '튜토리얼(Tutorial)' 같은 '길잡이' 시스템 및 콘텐츠를 덧붙이게 된다.
특히 RPG에서는 이런 길잡이 콘텐츠를 '퀘스트 시스템'과 연계하여 게임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UI(user interface)'에 따라 여러 형태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NPC(non-player character)'를 통해 [요청/진행/보상] 받는 구조로 구현한다. 서사를 중요시하는 RPG의 경우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서브 퀘스트, 에픽 퀘스트, 반복퀘스트 등의 세부 분류를 적용하여 퀘스트 콘텐츠를 중요하게 배치하고 있으며, 완료한 퀘스트를 ‘업적 시스템’과 연결하여 ‘엔드 콘텐츠(End contents)’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RPG게임의 퀘스트는 그래픽적인 연출과 더해져 세계관에 대한 몰입감과 재미를 증가시키며, 게임 플레이의 중추 역할을 한다.
반복구조의 재미화
'게이미피케이션' 관점에서의 퀘스트 디자인은 '반복 구조의 재미화'다. 일반적인 게임 개발의 관점에서 볼 때, RPG의 퀘스트는 같은 지역 또는 같은 몬스터를 대상으로 연결하거나, 반복되는 이야기를 배치하여 소위 '반복노동(노가다)'을 목적이 있는 덜 지루한 활동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발매된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 '엘든링'을 보면, 화려한 연출과 역동적인 조작이 특징이다. 다양한 AI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컨트롤에 재능있는 플레이어라면 그대로 계속 게임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엘든링' 역시 '레벨 디자인'이 적용된 RPG다보니, '성장의 벽'을 마주하게 된다. 결국 '캐릭터 능력치(스테이터스)'의 상승을 위해서는 '레벨업'을 피할 수 없는 구간이 발생한다. 오픈월드로 구현된 '엘든링'은 퀘스트의 진행이 친절하지도 않고, 성장을 위한 반복 퀘스트를 공식적으로 제공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본능적으로 시간대비 효율이 좋은 사냥터를 찾아내는 ‘가치 기반의 접근’을 시도한다.
개발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플레이어들은 시간 대비 효율이 좋은 플레이를 발견하고 [시간x횟수=보상]의 값이 클수록 해당 플레이의 반복에 만족하며 '재미'를 느끼게 되는데 이것을 '반복구조의 재미화'라 할 수 있다.
가치 기반의 퀘스트 디자인
일반적인 RPG에서 몬스터의 반복 사냥은 경험치와 게임머니를 보장하지만 랜덤한 아이템 테이블을 가진다. 반면 퀘스트는 목표를 달성할 때 사냥을 통한 보상 외에도, 시스템을 통해 확정적인 보상을 지급한다. 이 과정을 통해 개발자의 의도에 맞는 밸런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반복적인 퀘스트는 긴 성장 시간을 갖는 MMORPG의 시스템에서 주로 사용되며, 보상이 좋은 몬스터를 단순히 여러 번 잡는 것보다, '몇 마리를 잡아라!', '해당 몬스터를 잡고 000아이템을 xx개 구하라!'등의 다양한 목적을 제시하는 콘텐츠로 만들어진다. 보상 기반의 반복퀘스트는 더 높은 보상에 따라 플레이어를 이동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이전 반복 퀘스트는 버려지게 되므로, 보상이 높은 퀘스트와 재미있는 퀘스트를 엮어 가치 기반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이를 좀 더 유연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연속 퀘스트’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 특히 경험치 보상을 퀘스트에 집중해서 연동시켰다. 몬스터를 개별로 잡아서 얻는 경험치 보다, 퀘스트 하나를 완료했을 때 얻는 경험치가 굉장히 높다. 이러한 디자인을 통해서 MMORPG는 전투 중심의 모험보다는 퀘스트 동선을 따르는 서사적인 구조로 플레이어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가치의 설정을 몬스터 개체의 경험치를 높이는 형태로 하면 ‘엘든링’과 같은 형태의 재미를 제공 할 수 있고, 몬스터 개체의 경험치는 낮지만 퀘스트를 완료했을 때 대량의 경험치를 보상한다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형태의 재미를 제공할 수 있다. 개발자가 어느 방식을 선택하든, 플레이어들은 최적의 효율을 찾는 형태로 게임을 즐기게 된다.
해당 이론의 추가 연구를 통하여 RPG 퀘스트 시스템을 ‘게이미피케이션’에 적용한다면, 학습 목표와 학습자의 상황에 따라 단기 목표로 반복 학습을 시킬 것인지, 중장기의 연속 과정에 따라 반복 학습을 시킬 것인지 효과적으로 디자인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노영호
노영호 선임은 애니메이션 배경 제작회사에서 '명탐정 코난 시리즈', '바람의 검심 OVA 추억편' 등의 애니메이션 배경 제작 경험이 있습니다.
2001년부터 게임업계 기획자로 전향하여, MMORTS '더로드', MMORPG '오르카' '카몬히어로' 등의 기획팀장을 거쳐 웹젠의 신작 리드 기획자로 참여했습니다. 최근까지 PC MMORPG 'MU'의 라이브를 담당하며, IT노동권의 향상을 위해 지금은 웹젠 노동조합의 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확장성에 기대가 크며, 유아 및 초등부의 코딩교육과 '콘텐츠진흥원 인재원'의 외래교수로 참여하는 등 게임과 학습의 연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글은 영국의 게이미피케이션 매체 'Ludogogy'에 영문으로 송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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