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원봉사를 지원하면 포인트를 모을 수 있습니다.
1,000포인트를 모으면, 두 가지 중 하나의 보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회사 대표와 저녁식사권'
다른 하나는 '3일의 휴가증'입니다.
이런 보상이 있다면, 직장인들은 어떤 것을 선택할까? 일반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직장인에게 3일의 휴가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보상이다. 그렇다고 '회사 대표와의 저녁 식사'가 별 볼 일 없다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대표가 누구인지, 업종이나 업무 방법은 어떠한지, 직원과 대표와의 심리적인 거리감은 가까운지' 등의 다양한 변수에 따라서 선택은 달라진다. '포브스, 타임, 포춘에 선정되는 우리 회사 대표님을 만나볼 수 있다고?'가 될 수도 있고, '굳이 대표를 뭐 하러 만남? 월급만 잘 나오면 되지'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하나의 조건을 덧붙이면, 이 보상은 애초에 쓸모없는 것으로 변한다.
'1,000 포인트를 모으는 데는 평균 10년이 걸린다.'
아마 '아니 애초에 말을 하지 말던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 의도가 어떻든, 잘못 제시된 보상은 '활동에 참여하는 것 자체'의 의욕마저 잃게 만든다.
'게이미피케이션'에서의 '보상'은 가장 기본적인 동기부여의 요소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참여자의 의욕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보상으로 '무엇을 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얻는 기간은 어느 정도로 설계할지,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지' 등 다양한 내용을 고려해야한다.
'대표를 고를까? 휴가를 고를까?'는 고민을 해볼 법하지만, '10년'이라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보상이 되는 순간, 관심 자체가 사라진다.
부산의 '벡스코'에서 개최하는 '지스타'는 '게이머를 위한 축제'다. 현장을 찾는 게이머들은 게임사 부스의 이벤트에 참여하고, 각종 상품을 얻고, 굿즈를 구매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을 만나고, 게임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그들에게 즐거운 일이다.
게임사는 부스를 찾아오는 방문객에게 다양한 퀘스트를 던져준다. 방문객들은 사진을 찍어 SNS에 태그하기, 카페 가입하기, 유튜브 구독하기, 게임 플레이하기 등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하고 스탬프를 모아서 보상을 받는다.
해당 게임을 좋아하거나 혹은 게임을 잘 모르더라도, 이벤트의 과정 자체를 하나의 축제로 받아들이는 방문객들에게는 보상의 가치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소한 보상이라도 상관없다. 보상의 가치보다는 참여한다는 것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벡스코'에 모인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업무의 연장선인 '일터'가 될 수도 있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에게 어지간한 보상으로는 관심을 끌기 어렵다.
"부스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는 어떤 게 있는지 한번 보고, 참여하면 뭘 주는지 직접 다 해봐."
라는 임무를 받은 사람은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고, 상품을 받는 과정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게임의 로고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 에코백, 텀블러, 게임 재화를 얻을 수 있는 쿠폰, 심지어 키보드나 마우스 모두 다 준다고 해도 크게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모두가 접근할 수 있고, 공평하며 정의로울 것'이라는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보상 역시 비슷하다. '이런 조건의 보상이라면 누구나 좋아하겠지?' 같은 단순한 접근은 피해야 한다. 성공적인 '게이미피케이션'과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집에 가고 싶은' '저거 받자고 SNS의 피드를 더럽히기 싫은' 사람을 회유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게이미피케이션'에서의 보상을 정하는 것도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보상의 조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보상에 대한 개인의 관심과 선호도는 각자 다른데, 이것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까?
이번 포스트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해외의 '게이미피케이션' 이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EPIC'을 바탕으로, '좋은 보상의 조건'을 한번 설정해볼까 한다.
EPIC
Explicit
Practical
Important
Calculable & Qntifiable
보상은 명시적(Explicit)이어야 한다
좋은 보상의 첫 번째 조건은 '명시적', 즉 뚜렷해야 한다. 그것이 돈이나 재물, 육체적인 쾌락, 정서적인 안정, 자기만족, 명예 등 어떤 형태로든 참여자에게 '이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선배님들, 교육훈련에 열심히 참여하시면 집에 일찍 보내드리겠습니다."
의 보상은 통하지 않는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흔하게 제시되는 이 보상을 노리는 아저씨는 거의 없다. '집에 일찍 가는 것'보다 더 좋은 보상은 없음에도, 대부분의 예비군 아저씨들은 대부분 열심히 하지도 않고 조교들의 말을 따르지도 않는다. '조기 퇴소'라는 보상이 진짜로 집에 일찍 보내주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보상은 돈도, 명예도 없는 사실상 '뻥카' '속임수'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예비군의 다음 단계인 민방위에서는 아예 이런 제안조차 사라진다.
명확하지 않은 보상은 오히려 참여자의 의욕을 떨어트리거나, 즉시 행동을 멈추게 만들 수도 있다.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신대요'는 어린이들에게만 '명시적'이다. 아쉽게도 이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현실'을 깨달아 버린 어른들에게 이런 보상은 '속임수'일 뿐이다. 어른들은 마음대로 울고, 선물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는다. 실컷 울고, 말 안 듣고, 갖고 싶으면 스스로 산다.
'오스카상' '타임지 선정' '최고의 플레이' '전교 1등' '이달의 직원' 등의 목표를 달성했을 때, 금전적인 보상은 적거나 아예 없을지는 몰라도 '명예를 얻을 수 있다'의 명확함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뚜렷하게 인식하는 '최고의 명예'는 도달하기 위한 과정, 노력, 경함 자체가 'EPIC' '보상'이 되기도 한다.
'명시적'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확률을 뜻하지는 않는다. 참여자가 그 보상을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하며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명시적'인 보상은 그 확률이 100%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참여자가 동의하고 만족한다면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모바일 수집형 RPG의 '뽑기'와 '강화'다. 이때의 '보상'은 확실히 '명시'되어 있다. 'S급' 'SR급' '슈퍼초전설급' 등 게이머들이 얻을 수 있는 목표가 정해져 있다. 단지 확률이 낮을 뿐이다. '배틀그라운드'에서의 '보급 상자'도 어떤 것이 들어있을 지 시각적으로는 알 수 없다. 내가 원하는 아이템이 들어있을 확률도 100%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게이머가 '그 안에 좋은 것이 있다' 라는 경험을 통해 '명시적'인 보상이 있다고 받아들였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간다.
보상은 현실적(Practical)이어야 한다
'현실적'이라는 것은 '해볼 만한데? 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충분히 달성할 수 있거나, 도전할 만한 보상은 참여자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서 도달하기 어렵거나, 터무니없거나, 애초에 불가능한 조건이라면 참여자는 오히려 의욕을 잃게 되고, 무시당하는 느낌마저 받는다.
'선의의 의도' 라고 해서,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 비현실적인 보상이 포장되는 것은 아니다. 달성할 수 없는 보상대신, 소소하지만 현실적으로 성취하기 쉬운 보상을 제시하는 것이 더 좋다. 위의 '달란트'처럼 보상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면 참여자는 노력과 행동을 즉시 멈추고 단념한다.
이 '선 조절'을 잘한 게 '소울류' 게임이다. '프롬 소프트'의 게임을 처음 접하는 뉴비에겐 '뭐 어쩌라는 거지? 이걸 깨라고?'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소울류' 게임의 공통점은 '공정함'이다. 보스의 타이밍과 패턴만 알면 모두 피할 수 있다. 즉, '나만 잘하면 깰 수 있다'는 '공정함'을 통해 현실적인 조건을 제시한다. 실제로 나만 잘하면 '맨주먹'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보상은 중요(Important)해야 한다
최근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중요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보상을 제시할 때는 참여자 다수가 보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할만한 것을 제시해야 한다. 참여자 모두가 '중요하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최고의 보상일 것이다.
'네일아트 5회 이용권'은 나처럼, 주변에 나눠줄 여자도 없는 사람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이용권을 되판다고 해도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PC방 50시간 이용권'이나 '희귀 아이템 50개 뽑기권'은 내게 중요하다.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최정예 업적' 보상은 남들이 보기에 중요하지도 않고, 세상에 그런 게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왜 하는지 조차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와 공격대원 19명에게는 하루에 8시간씩 투자할 정도로 중요한 보상이다.
'누구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보상'이 '누구나 좋아할 만큼 무난하고 평범한 보상'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보상의 가치가 평범하다면, 참여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보상을 중요하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은 누구나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바로 '기간 한정' 같은 보상이다. '이때가 아니면 얻을 수 없다'의 조건은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고민하게 만든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인 '자존심' '허영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참여자들이 수긍할만한 보상이어야 할 것이다.
'중요하다'는 참여자들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코로나 19 이후로 이제 '숙박권, 여행권, 관람권' 같은 보상은 사실상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게 됐다. 받아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사로고'가 박힌 티셔츠나, 모자, 에코백, 텀블러 같은 제품도 비슷하다. 그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거나, 유명 패션 브랜드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혹은 인터넷 밈의 중심이 되는 브랜드 로고가 아닌 이상 '자사로고'가 새겨진 아이템을 평상시에도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상은 계량화(Calculable)할 수 있어야 한다
'높음 - 중간 - 낮음' / '매우 좋음 - 좋음 - 보통 - 나쁨 - 매우 나쁨' 식의 과정보다는 그 과정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You get what you inspect, not what you expect."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하는 것을 얻게 된다는 말처럼, 보상은 참여자가 '예상'하는 것보다 '계산'할 수 있는 것이면 더 좋다. 단순히 '결과'로서의 보상이 아니라, 그 보상에 이르는 '과정'을 참여자가 직접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자 스스로가 목표를 설정하고, 보상에 도달하는 과정에 몰입하고, 더 동기부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보상을 원하는 것도 참여자 본인이고, 열심히 노력하고, 과정을 확인하고, 성공하지 못했을 때 탓할 사람도 참여자 본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보상에 도달하는 과정을 계량화하면서 동력을 잃지 않는 보상이 필요하다.
'스탬프' '별' '쿠폰' '마일리지' 의 보상은 참여자가 스스로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있고, 노력에 대한 선택권도 참여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각 과정마다 각자 다른 보상을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위의 조건을 모두 초월하는 '현금' 이라는 보상도 있다. 객관적으로는 '현금'을 보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또 서로에게 편리하다. 하지만 '현금'은 이를 제시하는 쪽에서도 성의 없어 보이고, 받아들이는 쪽에서도 '내가 돈을 바라고 하는 거 같아?'라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정말 쉽고 편한 방법이 있지만, 이 방법은 사회적 통념상 좋게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보상'을 설정한다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위의 내용들은 'EPIC'이라는 단어에,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례를 끼워서 맞춘 내용이다. 본래의 의도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게이미피케이션'에서의 보상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 정도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