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때문에 연기학원을 다녀야 할 판이다.
학점관리, 자격증, 토익, 봉사활동, 공모전, 인턴쉽 등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는 해도 해도 부족하고, 끝이 없다. 안 그래도 힘든 판에 취업 준비생들을 괴롭히는 과정이 하나 더 추가됐다. 최근 많은 기업이 이 단계를 하나 추가하고 있다. 바로 'AI 면접'이다. 이제 취업을 위해서 '인공지능'에도 맞서야 한다.
'AI 면접' '알고리즘' '빅데이터' 이런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려는 기업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스펙이 좋은 지원자는 이제 너무 많다. 이 중에서 정말로 필요한 사람, 좋은 사람, 쓸만한 사람을 찾아내야 하는 일은 전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우리는 볼 거 다 보고, 정말 좋은 사람을 뽑을 거야' 라는 걸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기업들이 새롭게 도입한 각종 방법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이 여기에 '인정? 어 인정' 할 수 있는 것인지, 이 과정이 합의가 이루어진 것인지를 말이다.
솔직히, AI가 면접자의 태도나 역량을 파악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외모의 잘나고 못나고를 보는 건지, 버그가 생기면 내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닌지, 면접을 보는 입장에서는 알 길이 없지 않은가?
'우리는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을 뽑습니다'
'우리는 많이 먹는 사람을 원해요'
'우리는 그냥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좋아요'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은 기업의 자유다. 여기에 태클을 걸고 싶진 않다. 대신 면접자들이 AI 면접을 맞이하는 상황과 그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보려 한다. 즉, 면접자의 능력을 측정하는 '도구'가 과연 옳게 되어있느냐는 것이고, 그 과정과 결과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속된 말로 'AI 이거 뻥카 아니야?' 를 의심해보자는 거다.
사람을 대신해 AI가 이력서를 요약하고, 면접을 보는 일은 이제 '공상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기업이 원하는 가치관에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사업의 진행 방향에 맞는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기업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다.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과 맞춤형 프로세스를 통해 지원자들을 분석하고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이게 돼?' 라는 의문이 드는 사례들도 있다.
"면접 전문가의 평가 결과를 학습한 AI가 지원자의 목소리와 표정을 분석해서 의사 표현능력, 감정 전달능력, 매력도를 측정합니다"
"기존의 적성 검사방식을 대신해 '뇌신경과학 논문'을 기반으로 지원자의 본질적 성향을 파악합니다"
"지문 하나만으로 내 아이의 적성과 재능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이 지문은 '다음 지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의 지문이 아니라 손가락의 지문이다)
정말 엄청난 기술들이다. 이제 '자소설'과 '포커페이스'로 면접관을 속일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사람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관상'이나 '사주팔자' 같은, 그동안 '유사 과학'이라 여겼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겠다는 신선한 시도다. 지금까지 비과학적인 데이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진짜 과학'으로 바뀌는 시대가 된 것일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바로 '지문'이다. 그럴싸하다. '지문'은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것도 아니고, 오직 한 사람만의 고유한 것이니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나 적성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스펙'이 아니라, 진짜로 사람 그 자체, 오로지 얼굴과 목소리, 지문 같은 '사람의 형태'만 보고도 능력을 평가하고 채용할 수 있는 세상이 오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만한 이슈, '아니 저게 진짜야?' 라는 의문이 들 땐 '근본론'을 꺼내 들어보면, 그 현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왜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뽑는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 많은 지원자 중, 좋은 인재를 가려낼 때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은 '하드 스킬(직무기술)'을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다. 기업마다 원하는 기준을 잡아놓고, 그 선을 통과하는 사람을 먼저 뽑으면 된다. 즉, '스펙'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대부분 기업이 이런 방식을 유지했다.
- '스펙'은 지원자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학점이 얼마인지, 토익은 몇 점인지, 자격증은 뭐가 있는지 같은 수치화 된 데이터다.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을 가려기는 당연히 쉽고 편하다. 하지만, 한 사람의 잠재된 능력이나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이런 식으로 확인할 순 없다.
- 그래서 기업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더 좋은, 최고의 인재'를 모셔가기 위해 '스펙'과 함께 더 넓은 영역인 '소프트 스킬'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소프트 스킬'은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팀에 배치됐을 때의 서로 대화는 잘하는지, 지각은 안 하는지, 사람들하고 싸우지는 않을 지 등 '정량화하기 어려운' 부분, 쉽게 표현하자면 '인간관계의 기술'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은 학습과 훈련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고, 또 기업이 원하는 대로 맞춰서 '착한 척, 열심히 하는 척, 잘 어울리는 척' 할 수 있다. 전보다 좀 더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기업은 지원자들의 더 많은 능력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 이제 '이 사람에게서 터질 수 있는 '포텐', 어디까지 발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역량'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스킬'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이 사람이 과연 우리 팀을 성공으로 이끌 것인지, 그럴만한 마음가짐이나 행동은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이 사람의 '근본'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맞는지를 파악한다는 것은 아주 복잡하고 어지러운 일이다.
- 이 근본을 알아보는 과정은 '신'이 아닌 이상, 사실 어떤 게 제대로 된 방법인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그러다 보니, '하긴 해야겠는데 그러면 일이 너무 많아져. 이런 걸 대신해줄 만한, 그럴싸한 게 없을까?'를 보고 이게 맞는지, 저게 옳은지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된다. 우리는 지금 '그럴싸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 있다. 그러다 보니 의문이 들만한 방법도 튀어나오는 대혼란의 시기에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 기업은 이제 '스펙'보다는 사람의 됨됨이, 태도, 인성, 역량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 하지만, 이 능력을 평가하기는 너무 어렵고, 방법도 마땅히 없다.
- 사람의 근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 그래 일단 되는 거 뭐라도 한 번 해보자.
가 된다. 시도는 좋다. 하지만 과연 이 방법이 제대로 되고 있느냐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얼굴, 목소리, 뇌파 심지어 '지문' 같은 온갖 방법론이 제시되는데, 이게 정말로 근거가 있는 것인지, 믿을 만 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이런 검사 방법을 뒷받침할만한 과학적인 근거나 연구나 논문이 존재하는 지도 확실치 않다. 지원자들은 그저 '짐작'만 할 뿐이고, 한편으로는 '왜 이런 것까지 나와서 스트레스를 받게 하지?'라는 의문이 든다.